2024년 11월 22일
1. 여행 개요
서울은 복잡하고 바쁜 도시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고요한 휴식을 선사하는 숨겨진 보물 같은 길들이 있다. 이번 여행은 그중 하나인 백사실계곡에서 시작해 서촌의 수성동계곡까지 이어지는 7km 남짓한 도보 여정이다. 초겨울의 이 코스는 못내 아쉬워 아직 가시지 않은 낙엽들과 엊그제 내린 폭설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세검정초등학교를 출발점으로 삼아,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며 하루를 보냈다.
이 코스는 단순한 산책길을 넘어 서울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장소들을 지나기 때문에 도심 속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 딱 맞다. 엊그제 내린 폭설을 생각해 두터운 등산화와 외투를 준비하고 나섰다.
2. 여행 내용
1) 세검정초등학교에서 백사실계곡으로
오후 2시, 세검정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했다. 이곳은 조선 시대 세검정이 있던 자리로, 옛날에 무관들이 칼을 씻던 우물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며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백사실계곡으로 들어서자마자, 삼각산 현통사와 함께 눈 쌓인 고드름과 붉게 물든 낙엽이 눈을 현혹한다. 눈들은 카펫처럼 깔려있고 낙엽들은 그 위에 수를 놓고 있다. 눈 밟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올 정도로 고요한 계곡은 도심 한복판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걷는 동안, 폭설로 인해 부러진 나뭇가지가 길을 막은 곳이 여러 곳 있었으나 돌아가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쌓인 눈의 무게에 허무하게 굴복한 나뭇가지, 하지만 부러진 채로 하얀 세상에 누워 그 사이로 보여주는 풍경은 새로운 희망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백석동천과 능금마을을 지나 북악산길 산책로에 올라서면 시야가 트이고 비봉능선의 보현봉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팔각정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고 부암동 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2) 윤동주 문학관: 시인의 숨결을 느끼다
아름다운 카페들이 늘어선 부암동을 지나 인왕산 자락길 초입에 들어서면 만날수 있는 윤동주 문학관은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수차례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왜 이제야 이곳을 들렀을까?
작은 건물이지만, 시인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윤동주가 그리던 하늘과 별, 그리고 그의 짧은 생애를 떠올리며 문학관을 둘러보니 마음이 묵직해졌다.
특히 문학관 위의 별뜨락 책방 그리고 남산을 조망하며 함께 볼수 있는 시비는 그저 아름답다. 시비에 적힌 "서시"를 읽으며 계절과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사진 찍고 지나치는 장소가 아닌, 잠시 멈춰 서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3) 인왕산 자락길: 낙엽과 눈이 공존하는 풍경
윤동주 문학관을 나서서 인왕산 자락길로 접어들었다. 인왕산은 서울 도심에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겨울 초입에 걷는 이 자락길이 이토록 매력적 일줄이야. 눈과 낙엽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인왕산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 이 길은 왼쪽으론 북악산을 정면으론 남산을 조망하며 걷는다. 특히 무무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산타워와 서울시내의 야경은 압권일 것이다.
길 중간중간에는 서울의 옛 성곽이 보일 뿐만 아니라, 예전에 초소였던 곳을 리모델링한 "인왕산초소책방"은 차로도 접근 가능하니 방문을 권할만 하다.
4) 수성동계곡: 인왕산 아래 숨겨진 명소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내려오면 수성동계곡에 도착한다. 이곳은 조선 후기의 정원을 재현해 놓은 공간으로, 과거 김정희가 자연을 즐겼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계곡을 감싸고 있는 바위와 나무들, 그리고 겨울철의 적막함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수성동계곡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자연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져본다.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고요한 순간은 정말 힐링이 되는 경험이다.
5) 서촌과 통인시장: 여정의 마무리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서촌의 중심부, 통인시장이었다. 서촌은 옛 정취와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동네로, 소소한 매력이 넘친다. 시장안쪽 서촌주막에 들러 김치전과 동동주로 이번 여정을 마감한다. 아~ 마지막 호떡도 ^^
시장 안을 걸으며 구수한 기름 냄새와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이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 줬다. 통인시장에서 마무리한 이번 여정은 낙엽과 눈으로 시작해 따뜻한 호떡으로 끝난,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였다.
3. 느낀 점
이번 도보 여정은 서울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고요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해줬다. 겨울과 가을의 경계에서, 눈과 낙엽이 춤추는 길을 걸으며 서울의 역사와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
특히 백사실계곡과 인왕산 자락길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윤동주 문학관과 초소책방, 무무대전망대에서 느낀 풍경들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서울은 빠르고 화려한 도시로만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들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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