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3일차 – 변화무쌍한 트레치메를 걷다: 라바레도부터 아우론조까지의 드라마
이른 아침, 살짝 눅눅한 이불을 걷어차며 눈을 떴다. 어젯밤 숙소에서 바라보던 별빛 가득한 하늘이 아직 선명하게 기억났다. ‘오늘은 진짜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라는 설렘에 벌떡 일어나 배낭을 다시 매만졌다. 2024년 7월 23일, 돌로미티 트레킹 여행 3일차. 이 날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를 걷는 날이다. 돌로미티를 검색해봤다면, 단연 가장 먼저 나오는 랜드마크. 오늘은 그곳을 간다!
🚐 07:30 트레치메 입구 도착 – 돌로미티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7시 30분, 주차장 겸 매표소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여유 있게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곳은 성수기 시즌이면 주차가 전쟁이라는데, 다행히도 자리를 확보했다. 주차 & 입장료는 총 60유로 (차량 2대 기준).
주차 후 7시 45분,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 첫 발을 내딛자마자, 산뜻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숲과 바위, 이슬 젖은 풀잎이 뒤섞인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자연 속으로 성큼 들어서는 느낌. 아침햇살은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지고, 희미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 라바레도 산장(2344m) – 30분 거리를 1시간 만에 도착!
08시 50분. 라바레도 산장 도착. 해발 2344m. 출발 후 1시간만에 도착했는데,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풍경에 취해 그저 사진을 찍느라 속도가 안난 탓이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커피 주문에 정신들이 없다 ^^. 10명이 총 29유로, 진한 에스프레소가 이탈리아 향기를 쏟아낸다. 하늘에서는 이미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돌로미티 날씨 믿지 마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이곳 라바레도 산장에서 볼일도 보고 (사진 중앙에 지하철 게이트모양에 1유로를 넣으면 화장실 입장), 09시 30분에 우리는 다시 배낭을 조이고 출발했다. 목표는 로카텔리 산장.
🌫️ 로카텔리 산장 가는 길 – 흐린 날씨, 동굴샷의 아쉬움
10시 50분. 로카텔리 산장에 가까워졌지만, 뭔가 이상했다. 후미 5명이 안보인다. 선두 5명은 이미 산장에 도착했는데 말이다. 이곳 산장 뒤편으로 오르면 트레치메 인증샷으로 유명한 동굴이 있다. 하지만 비구름이 잔뜩껴 사진이 안나올것 같아 나는 산장에 앉아 후미를 기다리고 나머지는 동굴에 올랐다. 결국 후미5명은 끝내 사라졌고, 동굴로 오른 4명은 그럭저럭 멋진 동굴샷을 남겼다.
이쯤에서 벌어진 해프닝. 종화형의 강한 주장, “후미는 이미 지나쳤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야생화에 정신을 팔고 라바레도에서 로카텔리 가는 길중 상단길로 접어들어 시간이 많이 걸린 탓 이었다. 똥고집과 오해가 만들어낸 여행의 스토리텔링.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여행기를 더 살게 한다.
🌧️ 랑가알름 산장 – 비와 함께 걷는 변화무쌍한 트레치메
12시 40분.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우비를 꺼내 입고, 고개를 숙이며 비바람 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그 와중에도 트레치메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저 멀리 햇살이 비추는 곳과, 검은 구름 아래 어두워진 봉우리, 안개에 반쯤 가려진 바위 능선. 변화무쌍하다는 말, 딱 여기다.
랑가알름 산장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누구는 바위 밑에서, 누구는 산장 안에서, 달걀로 간단히 요기하며 숨을 돌렸다. 종화형은 비를 쫄딱 맞고 거의 전력질주로 도착했고 나는 5명중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 아우론조 산장 – 늦게 온 자와 먼저 간 자의 전쟁
13시 40분. 마지막 목적지 아우론조 산장 도착.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뷔페식 중식에 다들 지친 몸을 눕히듯 의자에 푹 파묻혔다. 점심 총비용은 약 214,846원. (선두 74.5유로, 후미 67.5유로)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드라마. 후미와 먼저 간 사람들 간의 작은 설전. “왜 늦었냐!” vs “왜 먼저 갔냐!” 국연이가 종화형에게 꽤나 진지하게 엥겼고, 모두들 웃으며 말렸다. 이게 바로 여행 중 갈등이고 결국엔 다 괜찮아진다. 밥 먹고, 커피 한잔 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걸을 수 있다.
🛒 숙소에서
산장에서 하산 후엔 미주리나 호수 근처 마트로 향했다. Despar 마트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기막힌 미주리나 호수전경을 사진에 담는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며 만찬을 즐긴다.
🌄 에필로그 – 돌로미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트레치메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 해프닝, 소소한 갈등, 웃음, 비, 커피 한 잔—그 모든 것이 겹겹이 쌓여 오늘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길은 그냥 트레일이 아니었다. 하나의 서사였다.
돌로미티 3일차. 하루의 끝자락에서 다시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지나온 이 길, 다시 또 걷고 싶을까?
“당연하지.” 망설임 없는 대답이 속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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