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 2장 황당하게 재미있는 세계
- 3장 사랑의 두 얼굴
- 4장 길 잃은 태양 마차
- 5장 나무에 대한 예의
- 6장 저승에도 배삯이 있어야 간다
- 7장 노래는 힘이 세다
- 8장 대홍수, 온 땅에 넘치다
- 9장 흰 뱀, 검은 뱀
- 10장 술의 신은 왜 부활하는가
- 11장 머리의 뿔, 사타구니의 뿔
- 12장 기억과 망각
1권의 6장 저승에도 배삯이 있어야 간다
1. 주요 개념: 죽음과 통과의례, 그리고 신화가 말하는 인생의 뒷모습
여기서 다루는 핵심 개념은 바로 ‘죽음 이후의 세계’다. 하지만 그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리스 신화 속 죽음의 개념을 ‘통과의례’로 풀어낸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관문이며, 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준비와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목에서부터 우리는 깨닫는다. "저승에도 배삯이 있어야 간다"는 말, 무섭지 않나? 돈 없으면 죽어서도 갈 데가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서의 배삯은 단순한 동전 한 푼이 아니라, 생전의 삶, 준비된 자세, 그리고 운명에 대한 성찰이다.
작가는 신화가 단지 판타지나 고대인의 허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은 본질을 꿰뚫는 상징체계라는 걸 일관되게 강조한다. 신화를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고대인의 시선을 들여다보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2. 줄거리 요약: 죽음, 배,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자들
이 장에서는 ‘하데스’라 불리는 그리스 신화 속 저승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은 자들은 곧장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스틱스 강.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배를 모는 이는 바로 ‘카론’이다. 카론은 죽은 자의 영혼을 태우고 저승으로 옮기는 뱃사공인데, 문제는 이 배를 타기 위해선 반드시 '배삯'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입 안이나 손에 동전을 넣어주는 풍습을 가졌다. 카론에게 줄 배삯이었다. 배삯이 없으면? 영혼은 저승의 입구에서 수백 년을 떠돌 수밖에 없다. 누가 도와주는 이도 없다. 잊히는 것이다. 이런 설정은 단순히 무서움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이 죽음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상징으로 다가온다.
카론의 배를 타고 스틱스 강을 건넌 영혼은 저승의 문지기 케르베로스(머리가 3개인 개)를 지나 최종적으로 하데스 왕 앞에 선다. 이때부터 그 영혼의 ‘삶’이 진짜로 평가받는 시간이 시작된다. 선한 이들은 엘리시온, 즉 평화로운 낙원으로 가고, 악한 자들은 타르타로스라는 고통의 세계로 끌려간다.
3. 서평: 죽음을 묘사하면서도, 삶을 더 치열하게 조명하는 장
작가는 신화에 대한 해석을 넘어서 일종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장이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막연한 두려움으로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윤기는 그 두려움 속에 숨겨진 의미를 잡아낸다. 그리스인들에게 죽음은 ‘심판’ 이전에 ‘이동’이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의 이사. 그런데 이 이사를 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준비물—바로 배삯—이 필요하다.
이 비유는 너무나도 적절하다. 우리도 삶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맞이할 때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지 않나? 대학 입학을 위해 수년간 공부하고,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을 쌓고,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꾸고 희생한다. 마치 ‘배삯’을 내듯,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지불한다. 그리고 그 대가가 충분했을 때만,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현실적인 시선’으로 이 신화를 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는 신화를 멀리 있는 이야기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삶에 끌어들인다. 오늘날에도 죽음 이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삶을 준비하는 방식은 명확하다. 그 준비가 ‘저승행 배삯’처럼 우리의 삶 이후를 결정짓는다는 상징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저승 세계에서의 ‘심판’은 곧 자기 삶에 대한 회고다. 어떻게 살았는가? 어떤 선택을 했는가? ‘영혼의 정산’이라는 개념을 꺼내며, 이 신화를 현대적인 자기성찰 도구로 활용한다. 죽음을 단지 종말이 아닌 성찰의 기회로 바라보게 만든다.
4. 인상 깊은 구절
"죽은 자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이 아니라 동전이었다."
이 구절은 죽음의 현실성을 날카롭게 찔러낸다. 누군가를 애도하는 일보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준비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통찰. 감정보다 실존, 추상보다 구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저승의 문턱은 생각보다 공정했다. 살아 있을 때 무엇을 했느냐가 곧 배삯이었다."
심판의 공정함에 대한 구절. 어떤 권력도, 지위도, 돈도 통하지 않는 저승. 그곳에선 오직 '삶의 질'만이 판단 기준이 된다. 이 말은,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5. 마무리: 저승은 거울이다 —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이야기
제6장은 단지 신화적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저승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오히려 ‘삶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배삯은 상징이다.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사랑? 명예? 돈? 혹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우리는 결국 모두 그 강을 건너야 할 운명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배삯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이 장을 읽고 나면, 죽음이 두렵다기보다는… 지금 이 삶이 더 소중해진다. 삶이란 단지 오늘의 반복이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강을 건너는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결국, 신화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였던 거다.
다음 편 예고
7장으로 넘어가면, 죽음을 넘어선 또 다른 영역, 신들의 사랑과 인간의 고뇌가 얽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장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웠다면, 다음 장에서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한 번 더 묻게 될 것이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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