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권 책 리뷰

그리스 로마 신화 제1권 7장 - 노래는 힘이 세다.

여행디자이너 2025. 5. 7. 12:08
  • 1장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 2장 황당하게 재미있는 세계
  • 3장 사랑의 두 얼굴
  • 4장 길 잃은 태양 마차
  • 5장 나무에 대한 예의
  • 6장 저승에도 배삯이 있어야 간다
  • 7장 노래는 힘이 세다
  • 8장 대홍수, 온 땅에 넘치다
  • 9장 흰 뱀, 검은 뱀
  • 10장 술의 신은 왜 부활하는가
  • 11장 머리의 뿔, 사타구니의 뿔
  • 12장 기억과 망각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_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도판


노래는 힘이 세다 – 음악이 신화를 울리고, 인간을 움직인다.
이윤기 『그리스 로마 신화 1편』 제7장이다.

1. 주요 개념: 음악은 신화 속에서 어떻게 ‘힘’이 되는가?

제7장 “노래는 힘이 세다”는 그리스 신화 속 음악의 절대적인 힘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윤기는 단순히 음악을 미적인 즐거움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이 장에서 음악은 운명을 바꾸고, 신의 마음을 움직이며, 심지어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마법 같은 힘으로 그려진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음악이 신과 인간, 생과 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 오르페우스라는 존재가 있다. 그는 인간이지만, 신의 재능을 부여받은 예외적인 음악가이며 시인이다. 그의 리라는 단지 악기가 아니라, 세상의 질서를 흔드는 힘이다. 

2. 줄거리 요약: 오르페우스의 탄생부터 사랑의 비극까지

오르페우스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폴론의 사랑을 받은 무사이(뮤즈) 가운데 하나인 칼리오페.
아버지 아폴론은 음악과 예언, 태양을 관장하는 신.
그 피를 물려받은 오르페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시와 음악의 신성한 재능을 지녔다.
그가 연주하는 리라의 음색은 인간의 심장뿐 아니라, 자연조차 움직이게 한다.
나무와 돌이 그의 음악을 따라 움직이고, 야수들이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이런 절대적인 음악의 힘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것이다.

무사이들의 평화로운 한때


비극의 시작 – 에우리디케의 죽음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둘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운명은 그 사랑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한 날, 에우리디케는 목동 아리스타이오스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풀숲 속에 있던 독사에게 발을 물려 죽는다.
그 장면은 찰나였고, 잔인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선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고, 오르페우스는 절망에 빠진다.

뱀에게 물리는 에우리디케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죽음조차 가로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건너, 저승으로 향하다
오르페우스는 살아 있는 몸으로 하데스의 세계, 즉 저승으로 향한다.
그의 무기는 칼도 창도 아니다.
단 하나, 리라.
사랑하는 이를 되찾겠다는 간절한 음악의 힘만이 그를 지탱한다.
그가 저승 입구에 도달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저승의 강을 건너는 뱃사공 카론이었다.
카론은 살아 있는 자는 절대 건널 수 없다고 말하며 오르페우스를 막는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리라를 꺼내 연주를 시작한다.
그 순간, 강물은 잠잠해지고, 저승의 바람은 숨을 멈춘다.
카론은 눈물을 흘리며 노를 젓고, 오르페우스를 저승의 강 너머로 태운다.

저승의 강과 뱃사공 카론


그의 노래는 삶과 죽음의 질서를 초월하는 언어였다.
지하세계의 신들을 감동시키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 앞에서 연주한다.
노래는 사랑과 상실, 절망과 간절함을 담고 있다.
그 소리에 하데스는 고개를 떨구고, 페르세포네는 눈물을 흘린다.

하데스에게 호소하는 오르페우스


결국 하데스는 조건을 단다.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를 따라 뒤따라가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거의 지상에 도달했을 무렵, 오르페우스는 그녀가 정말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는 결국 고개를 돌린다.
에우리디케는 눈앞에서 다시 저승으로 사라진다.
사랑은 그 순간, 두 번 죽는다.

다시 저승으로 끌려가는 에우리디케

3. 서평: 이윤기의 통찰, ‘음악’과 ‘사랑’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해석 이윤기의 글을 읽다 보면, 신화 속 인물들이 단지 환상이 아니라 마치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7장은 특히 그렇다.
오르페우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인간적이다.
사랑하고, 잃고, 슬퍼하고, 그리고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모든 여정을 통해 그가 의지하는 건, ‘음악’이다.
이윤기는 음악을 하나의 인간 본성의 은유로 본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품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노래하고, 위로받고,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음악은 삶의 배경음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생존의 리듬이다.
그리고 그 ‘리듬’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강하고, 음악은 더 강하다.

4. 인상 깊은 장면

“사람은 사랑할 때, 가장 불안해진다.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것은 의심이 아니라, 너무나도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이 문장은 그저 신화의 교훈이 아니다.
이윤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복잡성과 진실성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가 말하는 신화는 우리 삶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저승의 강을 건너기 위해 필요한 건 동전이 아니라, 마음을 울리는 노래 한 곡이다.” 이 표현은 신화의 상징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진심이고, 그 진심을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음악이다.

5. 마무리: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제7장은 단순한 ‘신화 해설’이 아니다.

그는 오르페우스라는 존재를 통해, 예술과 인간성,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파고든다.
이 장을 읽고 나면, 오르페우스의 리라 소리가 독자의 가슴에서도 울려 퍼진다.
그건 슬픈 사랑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우리가 왜 예술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된다.
삶이 버겁고, 사랑이 흔들릴 때, 우리는 노래를 찾는다.
그리고 그 노래는 단지 귀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속까지 파고든다.
오르페우스는 신도 아니고, 완벽한 영웅도 아니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노래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아직도 계속된다.
세월을 넘어, 시대를 넘어, 오늘 우리의 귓가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