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닮은 안산 자락길!
그 어느 해 보다도 길고 무더웠던 폭염이 사그라져 가는 9월의 끝자락에 홍제천 인공폭포를 둘러보고, 이곳에서 출발해 안산 자락길을 빙 둘러 원점회귀하는 약 8km 길을 걸었다.
어렸을 때 서대문구에 살았던 나에게 홍제천과 안산은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성인이 된 후론 가보지 않은 곳이라 맘먹고 나섰다. 얼마전 국내 최장 길이의 설악산 토왕성폭포도 가봤는데 인공폭포야 뭐가 대단하겠냐는 섭입견이 분명 있었다.
근데 웬걸 선입견은 깨지라고 있는 것일까?
눈앞에 펼쳐진 폭포의 모습만으론 그저 그런 모양이였으나 "글로벌 수변감성 명소", "도심속 힐링 명소" 그리고 "물멍 명소" 라고 교각에 써놓았 듯, 보란듯이 그 문구 그대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감탄했다.
폭포의 전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홍제천 건너편의 내부순환도로 밑에 "폭포카페“ 와 "폭포책방"이 자리잡고 있다. 카페와 책방사이는 음료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있고, 외국인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명소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앉을 수가 있어 물소리를 들으며 멍 때릴수 있는 자리다. 다소 거슬릴듯한 콘크리크 덩이의 내부순화도로 마저 완벽한 그늘을 제공해 준다.
폭포만 있었다면 그저 그러했겠으나, 이렇듯 카페, 책방, 계단, 야외테이블 그리고 내부순환도로에 의한 그늘들이 모여 조화로운 홍제천 인공폭포를 이루고 있으니 명소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자 이제 안산 자락길로 출발해 보자.
폭포 카페에서 계단을 통해 홍제천변으로 내려가면 바로 건너편의 물레방아를 바라보며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다. 어떤이에게는 징검다리를 통해 동심을, 어떤 이에게는 물레방아를 통해 야릇함을 떠올렸으리라.
안산 자락길을 만나기 전에 홍제천 폭포 마당, 허브원, 벚꽃 마당, 잔디 마당 등으로 조성된 연희 숲속쉼터를 지나 자그마한 허브원을 맞이한다. 인간의 혀는 다섯 가지 맛만 느끼지만, 코는 수만 가지의 향기를 느낄수 있다. 안산 자락길은 어떤 향기를 내어 주길래 시작부터 허브동산을 내세웠을까?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지나 300m 정도를 오르면 황톳길을 만날 수 있는 쉼터가 나오고 다시 커피트럭을 지나면 드디어 안산자락길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도에 그려진 총 7km의 순환길 모양을 보니, 마블시리즈 영화에서 나오는 힘의 상징인 토르의 망치가 떠오른다. 안산 자락길은 어떤 힘이 숨어 있길래 이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안산 자락길에 들어선지 얼마지 않아 비봉능선 전체를 조망할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원래 산을 느끼는 방법은 산속 즉 산의 능선과 계곡을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떨어져서 조망하는 것이다. 비봉능선을 여러차례 걸어보고 조망해본 나에게 이곳의 전망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심의 아파트들을 품에 안은 듯 시야에 들어오는 비봉능선! 마치 지상세계의 인간들을 살포시 보담겠다는 뜻일까?
이어서 독립운동가 공적과 연혁이 적힌 사진 들, 오동진, 강우규, 유관순, 허위, 안중근, 이준, 남자현을 지나면 인왕산과 남산타워 사이로 서대문형무소가 내려다 보인다. 이어서 이강년, 전해산, 최익현, 윤봉길을 지나면 한번 더 황톳길을 만난다. 울뚝불뚝한 근육질 모양의 황톳길은 독립운동가들의 힘찬 함성 같다.
3.5km 절반쯤 오면 인왕산과 북악산이 동시에 보이기 시작하고, 망치 자루 끝부분을 돌아 가면 전망대가 하나 더 나온다. 여기선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그 밑에 자리잡은 청와대와 경복궁이 함께 보인다. 묘한 느낌이다. 인왕산이 주산이 되었더라면 조선의 운명도 바뀌었을까? 근데 손바닥에 王자를 새기고 나와 선거유세를 한 분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는 이럴 줄 몰랐다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그런 속설을 믿던 안 믿던 뭔 상관이겠냐.
자 이제 능안정을 지나 봉수대를 가까이 오를수 있는 승전봉 그리고 약수터와 안산산악회가 있는 안산정을 거치면 무악정이 나오고 곧이어 메타세쿼이어 숲길을 지나면 자락길 순환코스 7km가 끝난다.
허브원에서 시작한 안산자락길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과거를 살아낸 독립운동가들의 내음이가득하고,
망치로 장애물을 부숴버린 듯한 7km의 안산자락길은 장애와 비장애가 어울려지는 힘이다.
'국내 차박,캠핑,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동야영장 예약 방법, 시설 정보 및 주변 맛집! (9) | 2024.10.23 |
---|---|
픽업트럭 캠퍼의 매력: 차박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법 (3) | 2024.10.23 |
여행 이야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2) | 2024.10.23 |
렉스턴 스포츠 칸 격벽 제거하고 캐노피 캠퍼로 개조하기 (5) | 2024.10.23 |
픽업트럭 캐노피캠퍼로 동해안 일주 (8)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