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권 책 리뷰

그리스 로마 신화 1 – 제1장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여행디자이너 2025. 3. 20. 22:37

 

책표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 삶의 패턴과 운명을 이야기하는 깊이 있는 서사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러한 신화를 현대적 시각에서 풀어내며,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인간 심리를 탐구한다.
 
특히 제1장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는 영웅 이아손이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신발을 잃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신발을 잃는다는 상징적인 행위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성장과 변화의 신호라는 것이다. 신발을 잃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여정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이아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테세우스, 달마대사, 신데렐라처럼 다양한 문화권의 영웅들 역시 신발을 잃거나 버리는 순간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이번 서평에서는 이 장이 다루는 주요 개념과 내용, 그리고 테세우스, 달마대사, 신데렐라와의 연결점을 찾아보며, 이윤기의 해석이 신화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조명하는지 살펴본다.
 

1. 주요 개념: 신발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

신발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신화에서 신발은 종종 신분, 정체성, 권리, 또는 새로운 운명의 시작을 상징한다. 이아손이 신발을 잃고 이올코스에 도착하는 장면은 그가 아직 완전한 영웅이 아님을 암시한다. 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기존의 익숙한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과도 닮아 있다.
신발을 잃는다는 것은 곧 운명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런 패턴은 신화와 전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 테세우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바위 아래에 숨겨진 검과 신발을 찾아야 했다. 그 신발을 신고 난 후 그는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향해 나아간다.
  • 달마대사: 불교의 전설적 인물인 달마대사는 중국에 도착한 후 9년 동안 면벽 수행을 했으며, 그가 남긴 신발은 깨달음과 초월의 상징으로 남았다. 어떤 전설에서는 그가 죽은 후 무덤을 열어보니 시신은 없고 한 켤레의 신발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 신데렐라: 동화 속 신데렐라는 무도회에서 유리구두를 잃어버리면서 운명의 전환점을 맞는다. 신발을 찾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얻는다.

이처럼 신발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정체성과 운명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2. 내용 설명: 이아손과 잃어버린 신발

이야기는 테살리아의 이올코스에서 시작된다. 이올코스의 왕은 이복형제 펠리아스(Pelias)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펠리아스는 신탁을 통해 ‘한쪽 신발을 잃은 자’가 자신의 왕좌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두려워한다.
 
한편, 왕의 아들 이아손은 어머니에 의해 몰래 길러진다. 그는 성장한 후 왕좌를 되찾기 위해 이올코스로 돌아오는데,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채 도착한다. 이를 본 펠리아스는 경악하며, 직접 이아손을 제거하는 대신 콜키스로가 황금 양털을 가져오면 왕좌를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아손은 결국 **아르고 호 원정(Argonaut Expedition)**을 떠나게 되며, 이 장은 그가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하기 직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3. 서평: 신발을 잃고 진짜 여정이 시작된다

이윤기의 신화 해석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신화 속에서 우리가 현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를 찾아준다.

1) 영웅이 되기 위한 성장의 과정

테세우스가 신발을 찾아 영웅으로 거듭났다면, 이아손은 신발을 잃으면서 영웅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익숙한 것, 안전한 것을 포기해야만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2) 운명을 피하려다 맞이하는 인간의 아이러니

펠리아스는 예언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자신의 행동이 예언을 실현시킨다. 마치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을 피하려다 비극을 맞이하는 것처럼, 신화 속 인물들은 필연적으로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현대에서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일이 결국 현실이 되는 경우와 닮아 있다.

3) 신발의 상징성과 현대적 해석

신데렐라처럼 신발을 되찾아야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때때로 신발을 잃는 것이 진짜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달마대사가 신발을 남기고 초월을 이루었듯이, 이아손 역시 신발을 잃으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이윤기의 해석은 이런 점에서 신화를 현대적인 삶의 과정과 연결해준다.

4. 마무리: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이윤기의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는 단순한 신화 해석을 넘어, 운명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아손, 테세우스, 달마대사, 신데렐라까지—모두 신발을 통해 운명의 변화를 맞이했다. 그들은 신발을 찾거나 잃거나 버리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우리 역시 삶에서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발이 없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