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은 언제나 우리에게 신비와 도전의 상징이었지만, 2024년 10월 21일, 나는 아내와 함께 그 경이로운 풍경으로 들어가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 어둠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시간, 우리 둘은 소공원에서 새벽 5시 30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산행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의 단풍은 그 자체로 찬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새벽의 출발: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
산은 새벽의 고요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헤드랜턴의 미약한 불빛을 따라 첫발을 떼며, 새벽 공기는 우리를 깨워줬습니다. 소공원에서 출발해 비선대까지의 첫 구간은 마치 산이 우리를 부드럽게 품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길가의 나무들이 천천히 드러나며,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서서히 사라질 때쯤, 우리는 비선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직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고, 그저 아침을 깨우는 공기의 청량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 삼거리로: 첫 도전
비선대를 지나 금강굴로 향하는 길에서는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며, 우리의 진정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금강굴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등령 삼거리로 향하는 동안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설악의 거대한 바위들과 가을 햇살이 단풍에 물들어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이때까지 아내와 나는 여유롭게 걸었지만, 경사가 점점 더 급해지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룡능선의 거친 매력: 나한봉에서 신선대까지
마등령 삼거리에서 공룡능선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그 거친 매력에 압도당했습니다. 첫 번째로 마주한 나한봉은 마치 고요한 승려가 우리를 맞이하듯 서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 큰 새 봉에 이르자, 설악산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하늘은 맑았고, 발아래 펼쳐진 단풍은 산을 불타게 했습니다. 특히 킹콩 바위에 다다랐을 때는 바위의 기괴한 모양과 그 주변의 경치가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자연의 조각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1275봉에서는 신선대까지의 능선이 유려하게 이어지며 우리를 환영했습니다. 이 구간은 공룡능선의 절정이자 가장 힘든 구간 중 하나였지만, 발걸음마다 주변의 장엄한 경관이 우리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특히 신선대에 올라서서 바라본 경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했고, 우리가 걸어온 길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의 피로가 잊혔습니다.
천불동 계곡의 단풍: 천당폭포와 오련폭포
무너미고개를 넘어 천당폭포로 내려가면서 단풍의 절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천당폭포의 물줄기는 마치 하늘에서 직접 떨어지는 듯했으며, 그 주위로 단풍잎들이 나부꼈습니다. 수많은 붉은, 노란, 주황빛 단풍이 폭포의 물안개와 어우러져 꿈속에서나 볼 법한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오련폭포를 지날 때는 단풍이 마치 비처럼 우리 주위로 떨어졌습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단풍 소리와 함께, 자연이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경치는 우리에게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구간은 마치 단풍의 절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고, 아내와 나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이 순간을 온전히 느꼈습니다.
비선대를 지나 소공원으로: 마지막까지 이어진 도전
마지막으로 비선대를 지나 소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은 우리에게 진정한 도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산행을 이어오면서 우리 무릎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갔습니다. 아내는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나 또한 그런 그녀의 모습에 힘을 얻었습니다. 발걸음은 느려졌지만,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함께 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마침내 소공원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13시간이 지났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비로소 이 긴 여정을 마쳤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무릎이 아팠고, 몸은 지쳤지만, 마음속에는 우리가 함께 이뤄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성취와 휴식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을 함께 걸어온 그날, 우리는 단순히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끝까지 완수한 그 산행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성취감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값졌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설악동야영장으로 다시 돌아왔을때, 차가운 가을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우리의 피로를 모두 씻어 가는 듯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단풍과 함께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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